2026-09-17
![[인터뷰] 무너지는 에버그리닝 방패···제약사, 특허 방어 패러다임 바꿔야](/_next/image?url=https%3A%2F%2Fd1tgonli21s4df.cloudfront.net%2Fupload%2Fboard%2Fbroadcast%2F20260917083913151.webp&w=3840&q=100)
- 제네릭사 ‘우선판매권’ 선점 경쟁 치열···낡은 방어망으론 독점권 사수 어려워
- “초기부터 촘촘한 특허 덤불 구축···모의심판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갖춰야”
제약업계의 특허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허 도전을 통한 조기 시장 진입과 우선판매권 확보가 기업의 핵심 생존 전략으로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다. 특히 과거 제네릭(복제약) 기업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를 수동적으로 기다렸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무효 심판을 제기하며 시장 장벽을 선제적으로 허물고 있다. 최근 한 중견 제약사는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신약 조성물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해 승소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단 한 번의 패소로도 수백억 원의 시장 독점권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리지널 제약사는 어떻게 권리를 수호해야 할까. 제약·바이오 분쟁 실무를 다수 수행해 온 법무법인 대륜의 채영재, 장세창 변호사를 만나 변화하는 특허 소송 트렌드와 기업 법무 차원의 방어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제약업계의 분쟁 양상은 제네릭사의 진화한 공격을 낡은 방패로 막아내려는 형국으로 요약된다. 제네릭사가 최초로 특허 도전에 성공할 경우 주어지는 우선판매품목허가라는 막대한 경제적 보상이 공격의 기폭제가 되면서다. 우선판매품목허가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가장 먼저 무효화하거나 회피한 제네릭 기업에 9개월간 독점적으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채영재 변호사는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과거의 성공 공식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오리지널 기업들은 최초 물질특허 이후에 염이나 제형을 바꾸거나 다른 약과 섞는 단순 복합제 특허를 덧붙여 존속기간을 늘리는 이른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을 취했다"면서 "하지만 제약사들의 R&D 역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단순 특허 연장은 진보성 흠결을 이유로 법정에서 너무나 쉽게 깨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특허청과 법원의 심사 문턱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기존 약을 단순히 섞었다는 이유만으로는 더 이상 특허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장세창 변호사는 "최근 법원은 복합제 특허 등에 대해 객관적인 임상 데이터로 현저한 상승 효과, 즉 시너지를 입증하지 못하면 특허를 무효화하는 추세"라며, "명확한 데이터 없이 막연한 약효를 내세운 기존의 헐거운 특허망은 제네릭사들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효 심판 패소로 인한 시장 점유율 붕괴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방어의 패러다임을 신약 출시 직전이 아닌 개발 초기로 앞당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명이 다한 특허를 억지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네릭이 우회하기 힘든 촘촘한 특허 덤불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채 변호사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단계부터 특허 수명 주기 관리(LCM) 로드맵을 치밀하게 기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상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된 특정 투여 용법이나 용량, 특정 환자군에 대한 선택적 효능 등 제네릭이 단기간에 모방하거나 반박하기 까다로운 고도화된 의약용도특허를 겹겹이 쌓아 올려야 실질적인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내재화도 필수적이다. 공격이 들어온 후 사후 대응에 나서는 것은 골든타임을 놓치는 지름길이다. 장 변호사는 경쟁사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승인이나 인허가 신청 동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장세창 변호사는 "R&D 부서와 사내 법무팀이 협력해 자사 특허의 취약점을 외부의 시각에서 선제적으로 공격해 보는 모의 심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찾아낸 특허망의 빈틈을 정정 청구 등으로 사전에 대비하고 실제 침해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소송으로 응수할 수 있는 행동 매뉴얼 등을 갖춰야만 거센 제네릭의 공세를 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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