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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분쟁조정법 형사특례, 의료계가 시행령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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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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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분쟁조정법 형사특례, 의료계가 시행령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법무법인 대륜 장세창 변호사

지난 4월 23일,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7년 5월 시행을 앞둔 이 법은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던 '필수의료 형사특례'를 처음으로 제도화했다.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정작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은 지금부터 만들어질 시행령·시행규칙에 달려 있고, 자칫 방심하면 '특례'라는 이름만 남고 보호의 실질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건 자체가 부담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특례의 정당성은 최종 유·무죄가 아니라 '입건'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무죄로 끝나더라도 압수수색·소환조사·기소·재판으로 이어지는 절차는 그 자체로 의료진에게 큰 부담이며, 방어진료와 필수과 기피의 직접적 원인이 되어 왔다. 따라서 하위법령 논의에서도 '결국 유죄가 적으니 문제없다'는 식의 접근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보호의 기준은 입건·수사라는 상시적 리스크에 두어야 한다.

개정법의 골자는 ① 중대한 과실이 없고 ② 설명의무를 이행했으며 ③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④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정작 '무엇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인가', '무엇이 중대한 과실인가'라는 알맹이가 모두 하위법령으로 위임되었다는 데 있다. 고위험 필수의료를 넓게 잡고 중대한 과실을 좁게 인정할수록 특례는 살아나고 반대로 설계되면 유명무실해진다. 올해 11월까지 운영되는 하위법령 협의체가 실질적 승부처인 이유다.

최대 독소조항, 중대한 과실의 예시규정화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은 단연 중대한 과실의 기준이다. 형사특례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12대 중대한 과실'이 모호하거나 광범위하면 대부분의 사고가 특례에서 배제되고 만다. 특히 위험한 것은 이 12개 유형을 한정 열거가 아니라 예시로 해석하려는 흐름이다. 예시로 보는 순간 열거되지 않은 사안까지 추상적 조항으로 끌려 들어와 보호의 울타리가 무너진다. 기본적 안전관리의무 위반이나 통상의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행위 같은 추상적 유형이 단순 오진이나 나쁜 결과만으로 자동 충족되는 것처럼 운용된다면 특례는 사실상 형해화된다.

대법원은 오랫동안 중대한 과실을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 결여'로 엄격하게 새겨 왔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손쉽게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간과한 경우라야 중과실이라는 것이다. 하위법령의 12유형도 이 판례 법리에 맞춰 '고의에 준하는 현저성'을 기준으로 좁게 못 박아야 한다. 나쁜 결과가 났다는 사정만으로 사후에 중과실을 추정하지 못하도록 '사전적 예견가능성'을 명시하는 것이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의 요청이기도 하다.

설명의무·책임보험의 실무 함정

설명의무도 주의가 필요하다. '사고 후 7일 이내 설명'이라는 요건은 합병증의 인과관계 규명에 시간이 걸리는 외과·필수의료 현실과 맞지 않고 감정이 격앙된 시기의 성급한 대면이 오히려 분쟁을 키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설명 과정에서 한 발언이 별도의 불리한 증거로 쓰일 여지다. 미국·캐나다의 사과법(Apology Law)처럼 설명·유감 표명을 형사절차에서도 증거로 쓰지 못하도록 분명히 차단해야 한다.

책임보험에서는 개설자가 가입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작 가입 결정권이 없는 봉직의·전공의까지 형사보호에서 배제되는 불합리가 생긴다. 본인 귀책이 없는 의료인이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는 개인책임 원칙에 반한다. 개설자의 책임과 개인의 형사보호는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

심의위원회가 예비 유죄판단이 되지 않도록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역시 경계 대상이다. 임상 전문가의 비중이 낮으면 고난도 진료의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고, 위원회의 사전 심의가 사실상 '예비 유죄판단'으로 기능해 재판받을 권리를 제약할 우려도 있다. 해당 진료과 전문가의 비중을 대폭 높이고 당사자의 의견진술권·이의제기권을 명문화하며, 심의 의견의 '자문적 성격'을 분명히 해 무죄추정을 보장해야 한다.

물론 환자·소비자 측에서는 특정 직역에 대한 형사면책이 평등원칙이나 피해자 권리와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청할 지적이지만 이번 특례는 '중과실 제외 + 손해배상 + 설명의무 + 심의'라는 다중 안전장치 구조다. 오히려 피해구제를 두텁게 설계할수록 헌법적 정당성은 강화된다.

이번 개정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입법이다. 그러나 하위법령이 잘못 설계되면 의사를 살리려던 법이 도리어 '중과실 판정을 통해 의사를 범죄자로 양산하는 법'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의료계가 지금 협의체에서 가장 주력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예시규정화'를 막고 '한정 열거'를 명문화하는 것, 바로 그것이 이 제도의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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