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9

유명 연예인들이 ‘주사 이모’ 의혹에 휩싸이면서 병원 밖에서 이뤄지는 왕진 의료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방문 진료의 합법적 기준과 예외 사안, 처벌 수위 등을 알아봤다.
개그우먼 박나래에 이어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유튜버 등 연예계에 이른바 ‘주사 이모’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의혹이 불거지자 이들은 불법 방문 진료 사실을 인정하고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주사 이모는 일종의 ‘무면허 불법 의료 시술자’를 지칭한다. 의료인 면허 없이 가정집 등을 방문해 불법으로 영양제 또는 주사를 놓아주는 여성을 비유적으로 칭하는 말이다.
불법 방문 진료를 일부 연예인의 일탈로 치부하기는 힘들다. 맘 카페,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에서 주사를 놓아줄 간호사 언니 구함” “가족 중 간호사가 있어 집에서 링거 맞는다”와 같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한 온라인 카페에는 “지금 몸이 너무 안 좋은데 2시간 내에 링거를 맞을 수 있냐”는 글에 “쪽지에 번호 남겼다” 등과 같은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이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방문 진료가 무방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29년 차 왕진 전문의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은 불법 방문 진료의 주원인으로 ‘인식 부족’을 꼽았다. 병원 밖 링거 시술을 단순한 영양제로 여기고 의료행위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많다는 것. 장현재 원장은 “방문 진료를 할 때는 공간 특성상 병원처럼 의료 장비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아 진단에 더욱 신중을 기한다”고 말했다.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병원 밖에서 이뤄지는 링거 시술은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 행위로 명시돼 있다. 의료 행위가 가능한 장소인 의료기관에서만 시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응급의료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를 진료하거나,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 외 장소에서 진료를 볼 수 있다. 더불어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진료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도 방문 진료가 허용된다.
그렇다면 첫 번째 예외 항목인 ‘응급환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법무법인 대륜의 장세창 변호사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른다”라며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으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에 따라 꼭 응급 상황이 아니어도 방문 진료를 받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거동이 가능하거나 응급 상황이 아님에도 방문 진료를 이용한 경우에는 건강보험 의료수가 적용을 신청할 수 없다”며 “환자가 방문 진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과 보건복지부는 앞서 언급한 예외적인 상황을 비교적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일례로 2011년 의료법인이 소속 의사에게 다수의 사회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하도록 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른 진료’란 특정 환자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에 응해 이루어지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는 환자의 요구 없이 계획적으로 방문 진료를 반복하는 행위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방문 진료는 반드시 국내 의사 면허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간호사가 집으로 찾아와 처방하고, 주사를 놓는 등의 의료 행위는 ‘불법’이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은퇴한 간호사,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의료법 제27조에 “의료인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역할을 한다.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과 지시에 따라 약물을 투여할 순 있지만, 약물의 종류나 용량을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술 후 퇴원했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가정간호 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예외다. 국가자격시험을 통과한 가정전문간호사 혼자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의사 처방에 따라 투약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사 이모’로 불리는 이들은 방문 의료 자격을 갖추지 않은 비의료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사인 가족 또는 지인이 방문 진료를 해줬다는 경험담도 등장한다. 김진희 의료전문변호사는 “이와 같은 경우도 일반 방문 진료의 기준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관련 법에 따라 증상, 진단, 치료 과정 및 내용이 담긴 진료기록부를 반드시 남겨놓아야 추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료인 자격이 없는 사람이 방문 진료를 시행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장세창 변호사는 “이러한 행위를 돈을 받고 반복적으로 실행하거나 업으로 삼았을 때는 의료법이 아닌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적용돼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7년 판례에 따르면 “방문 진료가 불법 의료 행위를 반복할 의사가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그 행위가 한 번에 그쳤더라도 ‘업으로 한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
약물 역시 마찬가지다. 약사법에 의하면 약국 개설자(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고,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특히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판매할 수 있다. 이를 어길 시 약사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약사가 방문 진료를 하거나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처방약을 제공하는 경우도 불법이다. 실제 대법원은 2017년 약사 면허만을 보유한 사람이 의사의 고유 영역에 해당하는 진료 행위를 한 사건을 무면허 의료 행위로 판단하고 처벌한 사례도 있다.
의료 행위를 받은 환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환자가 의료 행위가 불법임을 몰랐다면 원칙상 형사 처벌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피해자를 넘어,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하도록 시킨 ‘교사범’이라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의료법 제27조 제5항은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 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령 진료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어도 위법에 해당한다.
불법 방문 진료 및 약물 처방에 대한 인식 재고도 필요하다. 특히 수액과 같은 영양제는 의사의 진단 없이 어디서든 쉽게 투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수액은 탈수나 전해질 이상, 감염 등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 처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유정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사의 처방 없이 수액을 반복적으로 맞을 경우 주사 부위 감염이나 혈관 염증이 생길 수 있다”며 “몸에 수분이 과도하게 쌓여 심장이나 폐에 위험을 주고, 심하면 전신감염으로 이어질 확률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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