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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동일인 지정 검토하겠다"… 쿠팡 김범석, '재벌 총수' 되나

언론매체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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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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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동일인 지정 검토하겠다"… 쿠팡 김범석, '재벌 총수' 되나

지난해 11월 29일 '3370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발표한 쿠팡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도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의 불공정 행위 의혹과 관련해 복수의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 지정 여부'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쿠팡 사태 관련 연석 청문회에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내년 5월께 심사할 때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을) 엄밀하게 보겠다"며 "동일인이 지정돼도 실질적 처벌을 하는 게 약해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일인(同一人)'은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이른바 '재벌'의 실질적 지배자(총수)를 의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처럼 특정 개인을 지배자로 지정하는 '자연인' 방식과, 총수가 불분명할 경우 '법인' 자체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총수 지정 가능할까

공정위는 지난해 5월 쿠팡의 동일인을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했다. 당시 쿠팡이 시행령상 동일인 예외 요건인 지배 자연인의 국내 계열회사 출자 여부, 친족의 경영 참여 금지,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 여부 등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국내 유통업계 1위 쿠팡의 경영 내막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특히 김범석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쿠팡에 다니며 거액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친족 경영 참여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 등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현금과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형태의 인센티브로 약 140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친족이 임원으로 재직하거나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쿠팡은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요건에서 벗어나게 된다.

김 부사장이 동일인 지정 여부를 가를 '스모킹건'으로 등장하면서 이를 겨냥한 여당의 공세도 거세졌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쿠팡 관련 연석 청문회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부사장을 두고 "임원이 아닌데도 이렇게 많은 급여를 주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다음날 같은 당 김현 의원 역시 "김 부사장은 쿠팡의 '3인자' 아니냐"며 "단순 직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월로 예정된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자산 총액이 일정 규모(5조원이상)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을 지정하고 그 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총수)'도 함께 발표한다.

이때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쿠팡은 친족 거래 공시 의무를 비롯해 지주회사 규제·의결권 제한 등 공정거래법상 추가적인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박준우 법무법인 원 공정거래팀장 변호사는 "김 의장 가족 구성원들의 경제활동이 제약받을 수 있고, 친족이 경영하는 회사들 역시 동일인 관련자로 포섭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는 손동후 SJKP(법무법인 대륜 미국 법인) 뉴욕 변호사는 "미국 상장사의 경우 동일인 지정은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지배구조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동일인 지정 여부는 글로벌 기업들이 꺼리는 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동일인 지정 사례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은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자신을 '동일인' 지정에서 예외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본인 지분이 4% 안팎으로 낮으며 '재벌 총수'란 이미지가 부각되면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네이버 창업자로서의 지배력과 친족 회사의 존재 등을 근거로 이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다만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동일인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손 변호사는 "미국에는 특정 개인을 기업집단의 규제 책임자로 사전에 지정하는 동일인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동일인 지정 논리는 미국법 관점에서 개인을 과도하게 규제의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석 부사장의 실질적 경영 참여 여부에 관해서도 "한국 계열사의 인사·재무·사업 결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개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서, 지시, 계약 관계 또는 지속적인 의사결정 관여의 증거가 명확히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韓 기업이라던 쿠팡, 지금은

쿠팡의 '보도 창구'인 뉴스룸 홈페이지에는 '쿠팡에 대한 거짓소문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2019년 7월 17일 자로 게시돼 있다. 해당 글에서 쿠팡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이라고 칭하며 "한국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대부분을 한국 내에서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쿠팡의 대응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해 12월 10일 쿠팡은 한국 법인인 쿠팡주식회사 박대준 대표의 후임으로 미국인 해럴드 로저스(Harold Rogers)를 앉히고, 유출 규모를 3370만건이 아닌 3000건이라고 밝힌 자체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와의 협의 없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먼저 공시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 국내에서 수익만 내고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동일인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도 책임 경영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동일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일인 제도의 핵심 가치는 사익 편취 규제에 있는데, 동일인이 아니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익 편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기업집단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규율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 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주경 기자 by_j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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