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2

'김범석 형제 지키기'에 안간힘…한국 정부·소비자 뒤통수 친 쿠팡의 노림수
美 증시 주가 방어와 소송 리스크 최소화 시도…'제재·집단소송·소비자 이탈' 청구서 규모는 더 커져
'쿠팡 사태'를 겨냥한 국회 6개 상임위의 유례없는 연석 청문회가 대혼돈 속에 막을 내렸다. 설익은 후속 조치로 혼선을 키우고 있는 쿠팡의 대응 방향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결국 '김범석 의장 형제 지키기'와 '주가 방어' '소송 리스크 최소화'다. 그러나 쿠팡과 김 의장 형제가 각종 규제와 사법 리스크 회피를 위해 마련한 장치는 오히려 제재 수위와 국내외 대규모 소송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김범석 총수 지정' 최대 변수는 동생 김유석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명확히 드러난 것은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한국 법인에서 배송캠프 관리 부문을 총괄하는 임원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1년 미국 뉴욕증시(NYSE)에 상장된 쿠팡Inc는 지난 5년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제출한 공시 보고서에서 김 의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김 부사장이 쿠팡 소속임을 밝혀왔다. 다만 그의 직함은 공개하지 않았고, 미국 본사에서 한국 법인으로 파견된 직원(employee) 중 한 명으로 기재했다. 쿠팡은 보고서에서 김 부사장(영문명 Yoo Kim)을 '김범석(Bom Kim) 의장의 형제이며 그의 배우자 역시 쿠팡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이 맡은 역할은 '전략 및 운영 관련'으로, 보수는 다른 직원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했다고 적었다. 공시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2024년 쿠팡으로부터 연봉 43만 달러(약 6억2000만원)와 7만4401주 규모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받았다. 현재 주가인 주당 23달러를 적용하면 약 24억원 규모다. RSU는 소속 임직원이 회사가 정한 성과와 근속 등의 조건을 충족했을 때 지급하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2024년 한 해에만 30억원 넘는 규모의 현금과 주식을 받았고, 상장 후 공개된 보고서(2021~24년 수령액)상의 누적 지급액은 140억원이 넘는다.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김 부사장이 미등기 임원이지만, 2014년부터 쿠팡 소속으로 있으면서 친형인 김 의장과 함께 회사의 주요 경영 활동과 결정에 관여하는 등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유석이 부사장인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만으로도 이미 사내에서 상당한 영향력과 결정권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김유석의 역할과 지위에 따라 김범석의 총수 지정 사안이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외·대내 지위를 분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의 존재는 김 의장의 동일인(총수: 실질적으로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인물 또는 법인) 지정 여부에 핵심적인 변수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지만 미국 국적자인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근거는 불충분하다며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당시 이 결정은 논란이 됐고, 이후 공정위는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을 가능토록 하고 법인의 동일인 지정 요건 및 예외 조항을 구체화했다. 이후에도 외국인인 김 의장은 국내 계열사 지분이 없고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점, 회사와 자금 거래가 없는 등의 예외 조항을 인정받아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당국은 김 부사장에 대해 '쿠팡 소속이지만 경영에 참여한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2025년 12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청문회 과정에서 그가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고, 상당한 규모의 보수와 주식 인센티브를 받은 점이 확인되면서 올해 5월로 예정된 동일인 심사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김범석의 동생 김유석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지, 얼마만큼의 상여금과 보수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제도적 허점을 피하는 '꼼수 방지'를 위한 법률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위원장은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더라도 현행법 체계 하에서 실질적인 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이 너무 약하다"며 "사익 편취 규제를, 보너스·상여금을 과도하게 받는 방식으로 친족에게 이익을 주는 것까지 규율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 측은 "김 부사장은 경영상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직접적으로 경영 활동을 하는 위치에 있지 않고, 동일 또는 유사 직급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더 많은 급여나 보상을 받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그림자 임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허위 공시했다면 美 소송 확대 불가피"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한국 법인의 수장이 된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 등장과 '한국 정부와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는 혹평이 나온 쿠팡의 기이한 대응은 리스크를 더욱 키우는 악재가 되고 있다. 쿠팡은 민관합동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셀프 면죄부에 가까운 내용을 기습 발표하고, 국정원을 내세워 '당국의 지시를 따른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로저스 대표는 공개적으로 이 셀프 조사를 "협력의 성공 사례인데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동시에 쿠팡은 정보 유출 피해자 3370만 명에 대해 '1인당 5만원 구매이용권 지급' 보상안도 내놓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사실상 '5000원짜리 쿠폰'에 불과했다. 피해자를 상대로 쿠팡 자회사 마케팅을 펼치는 '선 넘은 스미싱 행태'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우리 정부와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이 같은 1차 보상안과 앞뒤 안 맞는 주장을 반복한 배경에는 미 증시 투자자들이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쿠팡이 연석 청문회를 앞두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는 △유출 범인 특정 △범인이 3300만 개 계정에 접근했지만 실제 저장한 데이터는 약 3000개에 불과 △제3자 공유 없이 삭제된 점 확인 등 한국 정부가 확인하지 않은 내용이 담겼고, 소비자들에게 1조6850억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할 것이라는 점도 적시됐다. 김범석 의장이 사태 40일 만에 내놓은 영문 사과문에 "false insecurity(거짓된 불안감), falsely accused(허위적인 비판)" 등 국문과는 다른 '거짓·허위' 용어를 쓴 데도 투자자들로부터의 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이 한국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면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당국이 미국 기업을 과도하게 압박하고 괴롭힌다는 메시지 전달에 총력을 기울인 셈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2021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150억원이 넘는 로비 자금을 집행하며 미 정·관계를 상대로 광폭 행보를 보여온 쿠팡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설익은 대응으로 상장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쿠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하는 현지 로펌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미 뉴욕시에 위치한 레비앤콜신키 로펌은 "쿠팡의 정보 유출 사태로 피해를 본 주주들을 위한 집단소송에 나선다"고 공지했다. 현재까지 쿠팡과 관련한 집단소송 원고 모집을 공지한 로펌은 최소 5곳으로 파악된다. 의미 있는 비공개 정보를 제보하는 내부자에게 포상금(징수 금액의 10~30%)을 지급하는 SEC 규정을 소개하며 '내부 고발'을 독려하는 로펌도 등장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김유석 부사장에 대한 불성실 공시, 사태를 축소하기 위한 허위 공시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주주가 늘어날 경우 소송 규모와 배상금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커질 수 있다.
김 의장과 쿠팡Inc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은 이미 진행 중이다. 대표 원고는 뉴욕시 공무원연금과 경찰·교직원연금으로 구성된 뉴욕시공적연금 주주들이다. 주주들은 쿠팡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인한 과로·사망 위험을 은폐하고 검색 결과 조작과 납품업체 가격 강제 등에 대한 내용을 숨겼으며, 상장 후 한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아 주가가 급락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중대한 허위 및 기망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1심은 '재소 불가'로 판단하고 기각했지만, 원고 측이 항소하면서 추가적인 법적 판단을 받게 됐다. 해당 소송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졌고 김유석 부사장에 대한 의혹까지 일면서 쿠팡이 방어하려 했던 미 증시에서의 주가 하락과 집단소송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미국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집단소송을 이끌고 있는 손동후 SJKP(법무법인 대륜 미국 법인) 뉴욕 변호사는 "쿠팡이 공시를 통해 발표한 주요 내용과 실체 사이에 괴리가 있고,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숨긴 것이 있다면 (1차적으로) 디스커버리(증거개시) 단계에서 내부 문서와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검증될 것"이라며 "김유석 관련 쟁점은 '임원이라는 직함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투자자에게 중요한 지배구조·의사결정 리스크가 충분히 공시되었는지 여부다. 특수관계인인 김유석이 회사의 의사결정이나 통제 구조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음에도 이를 축소하거나 누락한 공시를 했다면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추가적인 소송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유출 사태로 급락했던 쿠팡의 주가는 사태 축소를 시도한 공시가 나간 이후 6% 넘게 오르며 반등하며 주당 24달러를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쿠팡을 향한 더 센 조사와 후속 조치를 예고하면서 지난해 12월30일과 31일 연속 1.36%, 2.24%씩 하락해 23.59달러에 머물러 있다.
■ '쿠팡 수사 외압' 특검 속도전 속 美 국세청 공조 가능성도
상설특검과 국세청의 칼날도 쿠팡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내에서 검찰·법원·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경찰·국회 출신들을 전방위 영입했던 쿠팡은 정부가 "패가망신"까지 경고하며 '쿠팡 접촉 금지령'을 내리면서 '식물 대관(對官)' 상태에 빠져있다. 상설특검팀 수사에서 쿠팡의 조직적 불법 대응이나 유착 관계가 일부라도 드러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31일 '쿠팡 블랙리스트' 공익제보자인 김준호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2022년 11월부터 5개월간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 호법물류센터 인사팀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블랙리스트 문건을 활용해 취업 지원자들을 배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특검팀은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의 본류와 함께 이 사건 수사·보고 과정에서 불거진 부당 외압 의혹을 함께 수사 중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문지석 부장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수사 외압 의혹은 검찰 내부는 물론 고용노동부 공무원들과 쿠팡 간 유착 여부로까지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쿠팡CFS가 2023년 5월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 규칙을 변경했고, 당시 고용부 서울동부지청은 이를 승인했다. 특검팀은 고용부의 승인과 이후 진행된 검찰의 쿠팡 수사 및 무혐의 처분 과정 전반을 확인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외압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 확보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역외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고강도 특별 세무조사에 돌입한 국세청은 미 국세청(IRS)과의 공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쿠팡이 대규모 집단소송에 노출되는 등 자국 투자자에 대한 피해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미 의회의 '구명 활동'이나 당국의 소극적 대응이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국 정부와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쿠팡이 내지 않으니까 미국 IRS라는 폭탄을 한번 맞아봐야 움직이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쿠팡이 미 무역대표부(USTR)를 넘어 IRS까지 로비를 할 것인지 궁금하다. 로비 가격도 상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에 이틀 연속 불출석한 김 의장과 김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북미사업총괄)를 국회증언감정법상 불출석 등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로저스 대표를 비롯해 박대준 전 대표, 조용우 부사장, 윤혜영 감사는 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등 혐의로 고발 명단에 포함됐다.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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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임원' 김범석 동생, 쿠팡은 왜 드러내지 않으려 했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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