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0
많은 운전자가 도로에서 보복운전과 난폭운전을 경험한다. 하지만 두 용어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난폭운전은 도로교통법상 범죄로 불특정 다수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위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9가지 행위 중 둘 이상을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행위를 반복할 때 성립하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면 보복운전은 형법상 특수범죄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위협 행위다. 단 한 번의 행위만으로도 성립하며, 자동차가 '위험한 물건'으로 인식되는만큼 △특수상해(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특수협박(7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특수폭행(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등이 적용된다.
다만 보복운전 혐의가 성립하려면 고의성, 지속성·반복성, 그리고 피해자의 공포심 조성이라는 객관적 정황이 모두 입증돼야 한다.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경적을 한 차례 길게 울리거나,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을 급히 변경했더라도 명백한 위협 의도가 없었다면 혐의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필자가 최근 담당한 사건은 구체적 증거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버스기사로 근무하던 의뢰인 A씨는 지난해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버스전용차로에서 주행하던 A씨는 앞서 가던 버스가 느린 속도로 주행하자 오른쪽 2차로를 통해 추월하려 했다. 그러나 옆차선에서 달리던 차량은 쉽게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다. 이에 A씨는 해당 차량의 뒤에 붙어 상향등을 깜빡였으며, 버스전용차로로 돌아온 뒤에도 2차로 차선을 넘어가기까지 했다.
의뢰인을 만난 뒤 필자는 사건 정황을 면밀히 검토했다. 특히 A씨의 행위가 보복운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A씨의 행위에서 보복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당시 피해 차량을 향해 주행 속도를 맞춰달라는 의미의 신호로 상향등을 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차선 침범에 대해서도, 중앙분리대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핸들을 조작하다 발생한 실수라며 고의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검찰 역시 A씨가 상향등을 깜빡인 후 버스전용차로에 들어왔음에도 피해 차량 쪽으로 차선을 넘어와 위협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보이나, 차선을 넘어온 정도를 따져봤을 때 고의적인 보복으로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보복운전에는 정확한 법적 기준이 있으며, 이는 도로 위에서 운전자들이 빚는 일반적인 갈등과는 명확히 다른 모습이다. 때문에 혐의를 받더라도 체계적인 대응을 통해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초기 증거 수집과 사실관계 정리가 사건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도로에서 보복운전을 당했을 때는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맞대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블랙박스나 휴대폰으로 증거를 확보한 후 112나 안전신문고에 신고하되, 차량번호, 시간, 장소, 구체적 위협 행위를 상세히 기록해야 한다.
법무법인 대륜 이하늘 변호사는 “반대로 보복운전 가해자로 지목됐다면 섣부른 인정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보복운전은 초범이라도 실형 가능성이 있는 특수범죄이므로 초기 수사단계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블랙박스 영상, 목격자 진술, 당시 상황 등을 종합 검토해 혐의를 다툴 부분을 찾고, 피해자와의 진정성 있는 합의를 통해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평소 방어운전을 습관화해 이러한 상황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기사전문보기]
보복운전처벌 난폭운전과 달라…변호사가 말하는 성립요건은 (바로가기)
방문상담예약접수
법률고민이 있다면 가까운 사무소에서 손해배상 · 민사전문변호사와 상담해보세요